♣ 문 학 감 상 실 ♣/▶ 낭 송 詩 ◀ 18

♣ 새벽녘의 짧은 시 / 詩 고이케 마사요 / 번역 한성례

새벽녘의 짧은 시 詩 고이케 마사요 / 번역 한성례 / 낭송 이재영 긴 여행 도중 미국 산타페의 욕실에서 새벽녘 오래오래 조용히 방뇨를 하고 있었는데 세상에는 나와 이 소리밖에 없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이 소리라 해도 내 자신이 내고 있던 거였지만 그것은 기묘하게도 외부에서 들려와 나를 위로..

♣ 공장지대 / 詩 최승호/ 낭송 이재영

공장지대 詩 최승호 / 낭송 이재영 무뇌아를 낳고 보니 산모는 몸 안에 공장지대가 들어선 느낌이다. 젖을 짜면 흘러내리는 허연 폐수와 아이 배꼽에 매달린 비닐끈들. 저 굴뚝들과 나는 간통한 게 분명해! 자궁 속에 고무인형 키워온 듯 무뇌아를 낳고 산모는 머릿속에 뇌가 있는지 의심스러워 정수리..

♣ 그러나 어쨌든/詩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 / 낭송 이재영

그러나 어쨌든 詩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 / 낭송 이재영 거리는 매독환자의 코처럼 사라져 버렸다. 강은 침에서 흘러나온 색욕. 마지막 잎새까지 속옷을 벗어내던진, 6월의 정원은 보기 흉하게 황폐해졌다.   나는 광장으로 걸어나와, 진홍빛 가발을 쓰듯이 불타버린 구역을 머리에 뒤집어썼다. 공..

♣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, 모두 유죄/ 글 노희경/ 낭송 이재영

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, 모두 유죄 글 노희경 / 낭송 이재영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. 사랑을 할땐 더더욱이 그랬다.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. 가령, 죽도록 사랑한다거나,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..

♣ 너를 기다리는 동안 / 詩 황지우 / 낭송 이재영

너를 기다리는 동안 / 詩 황지우 / 낭송 이재영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..

♣ 편지 / 신달자 (낭송: 신명희)

편지 / 신달자 (낭송: 신명희) 백지 한 장 보냅니다. 열흘 밤 열흘 낮을 마주하던 백지 점하나 찍지 못한 이 마음 보냅니다. 백지가 아닌 막힘이 아닌 비어있음이 아닌 모름이 아닌 백지 어디서나 누구나 흔히 볼 수 있게 열려 있지만 결코 열려 있지 않은 문 한 생애를 건 예술가의 투혼처럼 나를 녹여 ..